2024년 7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아고타 크리스토프 + 스크랩
비밀노트
타인의 증거
50년간의 고독
43p. 우리가 잘했음 이나 잘못했음을 결정하는 데에는 아주 간단한 기준이 있다. 그 작문이 진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것들, 우리가 본 것들, 우리가 들은 것들, 우리가 한 일들만을 적어야 한다.
좋아한다.라는 뜻은 모호하다.
거기에는 정확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 호두를 좋아한다와 엄마를 좋아한다는 같은 의미 일 수 없다. 첫 번째 문장은 입 안에서의 쾌감을 말하지만 두번째 문장은 감정을 나타낸다. 감정을 나타내는 말들은 매우 모호하다. 그러므로 그런 단어의 사용은 될 수 있는대로 피하고, 사물, 인간, 자기 자신에 대한 묘사, 즉 사실에 충실한 묘사로 만족해야 한다.
끌려가는 사람들 142p
우리 바로 앞을 지나던 무리 속에서 뼈만 앙상한 팔이 불쑥 나왔다. 더러운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빵좀. 하녀는 웃으며 그녁 먹던 빵을 주는 시늉을 했다. 그녀는 뻗은 손 가까이로 빵을 가져가다가 큰 소리로 웃으며, 다시 자기입에 집어넣고 씹으며 말했다.
"나도, 배가 고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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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원히 아무것도 잊지 못할 거예요"
할머니의 사과 145
집에 돌아와보니, 할머니가 정원에 사지를 펴고 벌렁 드러누어 있었고, 그 주변에는 사과들이 흩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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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머리판 한 대로는 안 죽는다"
"무슨일이 있었던 거예요. 할머니?"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사과를 주워 모으고 있었지. 그런데 행렬이 지나가기에 구경을 하려고 문 앞으로 갔어. 그때 앞치마 자락을 놓치는 바람에 사과가 쏟아져 거리로 굴러간 거야. 행렬의 한복판으로. 그렇다고 때를 것 까지는 없는 일인데"
"누가 때렸어요. 할머니?" "~ 그래도 몇 사람은 내 사과를 먹을 수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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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할머니의 침개 곁에 오래 머물렀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숨결이 고른지 지켜보았다.
204. 국경이 다시 정비되었다. 이제는 함부로 넘나들 수 없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철조망으로 둘러쳐졌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세상과 완전히 격리되었다.
231. 우리는 미리 준비했떤 다른 판자 두개와 보물이 든 마대를 들고 철조망 까지 달린다. 아빠는 두번째 철조망 직전에 쓰러져 있다. 그렇다. 국경을 넘어가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누군가를 앞서 가게 하는 것이다. 마대를 쥐고 앞서 간 발자국을 따라간 다음, 아빠의 축 늘어진 몸뚱이를 밟고, 우리 가운데 하나만 국겨을 넘어갔다. 남은 하나는 할머니 집으로 돌아왔다.
<타인의 증거>
저는 신부님을 완전히 잊어버렸어요. 뿐만 아니라 제 채소밭도, 장날도, 우유도, 치즈도, 심지어 먹는 것도 잊었어요. ~ 그리고 그 소녀의 얘기를 듣고서야 신부님에 대한 저의 의무가 생각났어요"
"자네는 나에게 아무런 의무도 없네, 아무 책임도 없어. 자네는 자네 물건들을 팔아서 그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내가 지불 능력이 없으면, 자네는 내게 아무것도 공급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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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받아들일 수 없네." - 신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훨씬 쉽지 않을까요? 오만도 죄입니다. 신부님."
391 당신이 옳아요. 그러나 난 클라우스를 만나러 가고 싶지는 않아요. 돌아오는 건 그의 몫이지요. 떠난 것도 그였으니까.
484. 죽음이 당장 모든 것을 지워버릴 것이다.
나는 죽음이 두렵다. 나는 죽을까봐 겁이 나기는 하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
540. 시월 삼십일, 나는 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술 친구들과 함께 술잔치를 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거짓말에 불과하다. 내가 이도시에서 할머니 집에 살 때 분명히 난 혼자였고 참을 수 없는 외로움 때문에 둘, 즉 내 형제와 나라는 우리를 상상해왔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556. 국경을 같이 넘은 남자는 그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이 소년은 열여덟 살이 아니고, 열다섯 살이다. 이름은 클리우스가 아니다.
614. 당신은 그럴 수 없어요. 당신은 내 엄마가 아니에요. 나를 사랑해야 할 사람은 우리 엄마예요. 그런데 엄마는 루카스만 사랑해요. 당신이 잘못해서.
637. 네 맗이 올아. 그러니까 우리는 결코 여기를 떠나서는 안 돼. 그 애가 우리를 찾아 올 테니까 말이다.
659. 나는 매일 묘지에 간다. 나는 클라우스라는 이름이 새겨진 십자가르 ㄹ바라보며 루카스라는 이름이 새겨진 다른 십자가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또한 우리 네사람이 곧 다시 만나게 도리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만 돌아가시면, 나는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기차, 그래, 그건 좋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