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1 어른]
저는 갓 스물이 넘어서부터 저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스물한 살쯤 매표 관련 알바를 할 때입니다. 같은 부스에서 일하던 나보다 대여섯 살 많은 언니가 대뜸 너는 뭐가 하고 싶어?라고 물었습니다. 그 시절 대학생이었고, 그 언니는 조금 후에 알게 되었지만 사범대학교 조교선생님이었습니다. 저는 대뜸 "저는 커서.. 음.. 커서 모르겠어요!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라고 대답했었습니다. 언니는 "너는 다 컸어. 성인이잖아?"라고 말하며 당황하는 눈초리였습니다.
아.. 나는 성인이구나.. 다 컸구나..
그 때 언니의 "너는 뭐가 하고 싶어?"라는 질문이 정확히 무엇을 묻고자 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마 그 전의 대화가 기억이 났으면 얼추 추상이라고 해볼 텐데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어른, 성장 관련 단어만 나와도 이 시절이 종종 떠오릅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합니다. 나는 그때 어른이였는가. 그저 법적으로 갓 스무 살이 되었으니 성인입니다.라는 주민등록증 하나 받은 게 고작이었는데요. 그때에 비해 앞자리도 바뀌었고, 경험도 많아졌지만 생각의 깊이나 안목이 그때 지금 나이에 기대했던 것에 비해 한 참은 모자랍니다.
그때도 어른이 아니였고
지금도 어른이 아닙니다.
저는 스물한 살쯤 나는 성인이지만 어른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깨달음을 얻을 때는 무엇인가 극적인 사건이 있고 나서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일상적인 대화 속 묘하게 엇나간 대화 속에서 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서른인 올해.
한 달이면 서른하나지만, 눈감고 뜨는 그 1초의 깜빡임 후 나이가 먹고
한 살을 위해 365일의 유예기간이 주어지네요.
나이가 들수록 철이 든다는데
철이 들면 어른이 된 걸까요?
어른이 되면 철이 드는 걸까요?
나이는 365일이라는 유예기간을 두며 한 살씩 더해지는데 좀처럼 저는 어른인 것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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