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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의 ≪복자에게≫ , 기만을 몰랐던 어릴적 나의 이야기

우와우앙 2020.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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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김금희 , 제목 :복자에게 , 출판사 : 문학동네 출간연도 :2020 페이지 : 231p

 

 

제목
-김금희 작가의 ≪복자에게≫ -

 

 

이영초롱, 고복자, 고모 이정희, 이규정, 고오세, 기자 홍유(친구), 영광의료원 원장 부인 엘리사벳

Pixabay로부터 입수된 bower lee님의 이미지 입니다.  

'복자에게'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김금희 작가가 제주도에 살면서 제주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굵직 굵직한 이야기들을 잘 살려서 적어 내려 갔다고 생각했다. 서른쯤 되는 주인공 시대의 이야기. 내 또래 이야기겠으니 글에서 우리네의 멀지 않은 과거들을 회상케 한다. 해바라기 분식의 순부두 찌게 같은 것들,,

 

주인공은 영초롱이지만 제목처럼 영초롱은 복자에게 미안함이라는 부채감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도 무섭게 먹어치운 이 소설을, 나는 곱씹어 보고자 덕지덕지 포스트잇을 붙인 곳으로 찾아갔다. 요즘은 재미만을 위해 읽는 소설이지만 너무 빨리 먹어치우는 게 무서워서 곱씹고자 이렇게 남겨본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StockSnap님의 이미지 입니다.  

내가 요약해 보는 줄거리,


'복자에게'는 '이 영초롱'이라는 주인공의 부모가 사업이 망하면서 혼자 제주 고고리 섬에서 근무하는 고모에게 보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초롱은 외딴 고고리섬에 남겨진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동생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비로소 실패와 슬픔에 깨닫게 된다.

 감정을 깨닫게 된 영초롱은 어린 나이에 비해 성숙했고 아이스크림 같은 슬픔을 이겨내고자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그러던 중 복자와 만나게 되고 같이 고고리섬의 할망당으로 찾아가 속사정을 털어놓으며 복자와 친구가 된다. 하지만 동네 속사정을 빠득하게 알지 못하는 영초롱은 복자의 친한 이선이모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이날로 영초롱은 복자와 멀어지게 된다.

 어릴적부터 항상 1등을 해왔고, 고고리섬에 가서도 새벽 다섯 시 반에 옥상에 올라가 '하하하하하하하'를 일곱 번 외치며 세상에 대해 고민을 하던 영초롱은 소설을 읽는 내내 우울감으로 가려졌지만 매우 영특한 아이임에는 틀림없었다. 서울의 법대를 나오고 연수원 4.2점으로 졸업하면서 '판사'가 되었다. 그러나 고된 업무와 감정적인 언어 등으로 제주 성산의 지원으로 징계성 인사를 받고 제주로 다시 내려가게 된다.

 제주에서 영초롱은 즉결심판 사건을 맞게 된다. 그러고 복자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복자는 간호사로 의료원에 근무를 했었는데 복자를 포함하여 많은 간호사들의 유산 및 기형아를 출산했고 이는 의료원의 문제였으며, 지금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말를 듣게된다. 영초롱이 이 사건을 맞게 되었지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판사윤리와의 갈등 속에서 고민한다. 복자는 결국 혼자 해보겠다며 영초롱에게 사건을 맞지 말라고 하고, 결국 복자는 스스로 승소했다.

 복자는 판사를 그만두고 영국 런던으로 떠나 연구원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이 끊겼지만 갈 수 없어서 더 그립고 미안한 복자의 승소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편지를 쓴다. 한국에 돌아가면 붙이겠다고 마음먹은 그 편지를.

 

포스트잇, 스크랩


13p . 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었지만 사탕처럼 곰곰이 녹이다보면 뜻을 알 수 있게 되기도 했다.

 

14p. "누나, 난 종일 한 번도 안 웃기 내기를 해" 라고 했다. 평소에 습관처럼 히죽히죽거리던 녀석이라 나는 당황했다.
      "웃으면 정말 멍청한 사자같은 게 될까 봐"라고 했다. 어쩌면 그 말을 들었던 그 순간에 나는 슬픔에 대해 온전히 알게 되지 않았을까.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해. 라는 연극을 할 때가 있었다. 그때 내게는 나만의 방이란 게 없던 시절 우울감을 처리하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잠만보처럼 잠만 자기,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울기 었다. 대체로 감당할 수 있는 우울감은 억지로 잠을 자는 걸로 해결했고, 감당하지 못하는 감정에는 우울감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엉엉 울었다. 이상하게 나는 가족들에게 대단히 무난하고 똑바른 아이였기에 언니랑 같은 방을 쓰는 네네 방에서 배게에 내 얼굴을 묻고 울어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혼자 피시방을 가곤 했다. 그리고 우울감이 모자랄까 봐 세상 우울한 글들을 울고 비련의 여주인공 마냥 외딴 피시방에서 엉엉 울었다. 그러면 내가 갖고 있던 그 모든 마이너스 감정들이 그게 언제 내 감정이었던가 라는 생각이 들게 조금은 부끄러워져서 다신 그 피시방을 가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수분을 쏙 빼서 건조해졌고 저렇게 나는 단단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슬픔의 감정도 기쁨의 감정도 나누는 게 미숙한 사람이다.

 

17p.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가기로 결심했다. 이제 나는 슬픔에 대해 완전히 아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슬픔은 차갑고 마음을 얼얼하게 하는, 아이스크림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 그만한 선택이 없었다. 

 사물을 감정에 대입해 표현하기, 여기서 아이스크림은 어떤 중요한 단어, 클리셰 쯤 될까? 오늘 나는 감정 연습을 위해서 감정과 사물을 연결해 보기로 했다.

 내 주변 사물, 포스트잇, 스템플러, 고무줄, 스카치테이프, 골무, 다이어리, 시계

 

시계나 안경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물건이지만 그만큼 나를 구속시키는 물건이다.

최근 읽은 책에서 법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법은 지키지 않아도 지켜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시계를 사용해도 사용하지 않아도 댓가를 치르고 있다. 

18p. 제주에는 아예 그렇게 가여운 애기들을 가리키는 설룬 애기라는 말이 있고 서럽고 불쌍한 엄마를 가리키는 설룬 어멍이라는 말도 있다. 슬픔이 반복되면 그렇게 말로 남는 거야.

 슬픔이 반복되면 그렇게 말로 남는 거야.라는 말을 볼 때 무거운 먹먹함이 나를 이 문구에 오래 머물게 했다. 슬픔이 반복되어 말로 남은 게 무엇이 더 있을지.. 이제 나도 같은 슬픔이 반복되면 글로 남기게 되었으니 이제 저 뜻이 무엇일지..

 

28p. "아니, 다른 말들을 길고 길게 쓰다가 마지막에야 그렇게 쓰지. 안녕하냐고, 오늘도 안녕히 있냐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이상한 방식으로 쓰는 편지였다. 보통은 첫머리에 인사를 넣고 다른 소식들을 적기 시작하니까.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는 것은 안녕이라는 인사가 가장 하기 힘들었다는 뜻 아닐까. 그 인사마저 꺼려지고 미안한 마음을 고모가 계속 품고 있었다는 의미 아닐까.

 내가 부채감을 갖는 친구가 있을까? 이상하게 나는 중학교 시절의 친구가 계속 생각난다. 그때 철없던 내가 좋아했던 친구가 있다. 중학교 시절 내내 붙어 지냈었는데 중학교 졸업 후 겨울방학이 끝나 고등학교 반배정 때 오래간만에 본 친구를 나는 전과 같은 관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첫날부터 책상 위에 엎드려서 자고 있는 걸 보고 나는 잔소리를 했다. 그만 일어나라고. 하지만 친구는 "아 시발, 신경 꺼!"라며 소리쳤다. 전과 같았으면 무슨 일 있냐고 더 엉겨 붙었었을 텐데, 새로운 친구들 앞에서 무안을 준 그 친구에게 나는 실망해서 다신 걔와 친구가 될 수 없었다.

 종종 어떻게 살고 있는지 소문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는데, 그간 간격이 너무 오래되어 모르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걔에게는 나는 아직도 이해치 못하는 부채감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서로를 통해 우월감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게 부족한 친화력을 보여줬고, 내가 허용하는 적당한 탈선을 도와줬으며 그리고 내가 허용치 않는 그런 탈선을 지켜보며 적당히 조언해주는 위선도 있었던 것 같다. 아니 분명 그랬다. 그래서 이런 부채감이 내내 드는가 싶다. 

 

31p. "어차피 그런 것도 다 자연인데요"했가고. 홍유는 바로 그 말을 듣고 내가 아픈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33p. "네가 지금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면 너무 참혹해서 눈물을 흘릴거야"라고 말했다.

 

39p. 사람을 한번 만나면 그 사람의 삶이랄까, 비극이랄까, 고통이랄까 하는 모든 것이 옮겨오잖아. 하물며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언제나 어욱하고 슬프고 손해보고 뭔가를 빼앗겨야 하는 이들이야. 이를테면 판사는 그때마다 눈을 맞게 되는 것이야. 습설의 삶이랄까. 하지만 눈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려면 빨리 털어내야 한다고.

 

57p. 내가 과거 이야기를 잘 하지 않고 딱히 그리운 시절도 없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그건 다 잊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무거워서 어딘가에 놓고 왔을 뿐이었다. 어느 계절의 시간 속에, 기억 어딘가에 넣어놓고 열어보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러다 오늘처럼 잠들 수가 없을 때면 밀려왔다. 모든 것들이.

 

66p. 거의 잊혀질 거야 하지만 만약 마음에 미안함이 인다면 그것만은 간직하고 살아가렴. 미안함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감정이니가.

 

79p. 입을 열어서 공기를 들어쉬고 혀를 움직여 어떤 소리라도 만들어대고 싶지가 않았다. 말은 모든 것을 앗아가버리니까.

 

91p. 고모는 우리를 마치 휴게점에 놓인 예쁜 뿔소라 장식이나 종종 빈 화병을 채우기 위해 꺾어오는 들꽃처럼 여겼다. 당연히 거기에 있어야 하는 것처럼, 당연히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것처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보듬이었는지 나는 이후에도 자주 생각했다.

 

98p. 나는 그때 어른들이 자기 얼굴을 들여다 볼 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고모는 지금 누구보다 슬픈 표정인데 뭐가 괜찮다는 말일까. 

 

100p. 왜 뭔가를 잃어버리면 마음이아파? 왜 마음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렇게 아파?

 

110p.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메스를 든 의사와 같다.는 말이 있다. 의사들에게 인체를 찢는 용기가 필요한 것처럼 우리 역시 타인의 삶을 찍고 들어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142p. 그런 복자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온통 물러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것이 힘을 쓰고 싶은 마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143p. 그런데 요즘은 그런 생각 한다. 그때 날 위로했던 건 큰 배나 비행기가 아니라 그냥 그것들이 내는 불빛이었을 뿐이라고. 그것만으로도 참 좋았다고. 나 대학졸업하고 잠깐 서울에 갔었어

 

147p. 나는 그냥 네 얘기를 아무데서나 하는게 아까워

 

215p. 소리치고 나면 슬픔이라는 게 아무것도 아닌 듯하고 그냥 숨 한번 크게 쉬고 나면 괜찮은 듯하고. 할망이 늘 그랬거든, 우리 벨 같은 손주 물숨 쉬지 말고 나가서 바깥 숨을 쉬어라. 어떻게는 너는 본섬도 가고 육지도 가고.

 

235p. 이렇듯 가장 거룩한 신앙심도 지나치면 범죄를 낳는다. 해서 어떤 이들은 자비나 관용, 그리고 신앙의 자유란 사실상 기만이라고 냉소하지만, 그러나 진정으로 반문하건대 자비나 관용, 신앙의 자유 자체가 과연 그같은 재앙을 초래한 적이 있었던가?

 

236p. 꼭 네가 왔다는 걸 알리고 인사를 해야 한다.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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