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의 수첩/도서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삶.

우와우앙 2021.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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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헤르만 헤세 , 제목 : 크눌프 . 출판사 : 민음사 출간연도 :2004 페이지 : 148p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삶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

 

헤르만 헤세, 작년부터 꾸준히 나를 괴롭혔던 작가다. 나라는 사람을 되돌아보게 하고 결국 고독과 외로움이란 어떤 것이지 알게 해 준 작가다.  그래서 헤르만 헤세의 작가님의 책을 읽을 때면 새롭고 또 어렵다. 여간 고마울 따름이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크눌프이다. 하고 싶은 말이 100가지쯤 되는 책이지만 한 가지만 말해도 횡설수설하게 되는 이유는 100가지의 말들이 자기들도 말할 기회를 달라는 욕심들이 전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종종 책을 읽고 100가지 될 생각들에서 한 가지만 정확히 말하는 선배님을 볼 때마다 놀랍다. 정말 인상 깊었던 것 하나만 말할 수 있는 힘! 과 용기! 오늘도 나는 작은 거인들을 만났다.

 

첫 페이지


는 헤르만헤세가 방랑길에서 크눌프를 생각하며 적은 시이다. 

 

슬퍼하지 마라, 곧 밤이 오고,

밤이 오면 우리는 창백한 들판 위에

차가운 달이 남몰래 웃는 것을 바라보며

서로의 손을 잡고 쉬게 되겠지

 

슬퍼하지 마라, 곧 때가 오고,

때가 오면 쉴테니. 우리의 작은 십자가 두 개

환한 길가에 서있을지니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오고 가겠지.

 

정착의 삶과 방랑의 삶에 대해


정착의 삶과 방랑의 삶, 두 가지 중 하나를 무조건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이며 지금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최대한 많은 방해 요소를 제거하여 생각해보려고 노력했다. 물리적 제약인 돈과 시간, 정신적 제약인 사회적 관계와 지위 등까지도 고려해본다. 그러고 나서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사람의 천성에는 나태함과 게으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간과 돈, 그리고 사회적 시선을 무시하더라도 방랑의 삶은 나에게 너무 혹독한 시련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자유롭게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의 무리에게 환영받고 어울리는 일들을 과연 할 수 있을까? 미지의 세계를 처음 탐험하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나에게는 방랑의 삶은 선택지로 두기 조차도 어려운 일이다.

 

그럼 방랑의 삶은 무엇인가? 

방랑 : 정한 곳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님.

정착 : 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아 붙박이로 있거나 머물르는 삶.

이 책을 읽고 '나의 방랑은 무엇인가?'를 계속 생각하고 있지만, 나는 왜 방랑이라는 단어에 항상 방황이라는 단어가 맞물려 떠오를까? 정한 곳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것이 주는 '도착지 없음'이 너무 거슬린다. 나는 여행은 즐겁지만 방랑은 괴로울 사람이다. 나는 정착을 선택하겠다.

 

나는 이 선택지에서 이 문구가 떠올랐다.

"법률을 지키지 않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법률을 지키더라도 댓가를 치러야 한다. "

어차피 정착의 삶이든 방랑의 삶이든 각자 포기하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삶의 기준


결국 사람은 정착과 방랑에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살아갈 것이다. 몇 대 몇!으로 정확히 나눌 수도 없고, 그 기준도 시간과 상황에 따라서 바뀌길 반복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를 위해 '나의 삶의 기준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이 책을 가지고 이야기했던 선배님들은 선, 양심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문학모임에 더 애쓰며 참석하려는 이유에는 tv나 컴퓨터에만 있다고 느꼈던 세상 속 거인들이 내 옆에도 존재함을 알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나의 삶의 기준은 그저 나.인데 나는 저 질문에 어떤 대답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기준이 없었거나 둘러대느라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일 거다.

 

하지만 "나"라는 기준. 최선의 삶, 기쁨의 삶을 위해 사는 나는 오늘도 묵묵히 외롭지만 "내"가 삶의 기준으로 살아갈 것이다.

 

 

삶의 가치


122 삶은 얼마나 단순하고 명료했던가! 삶은 그에 동의했고 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국외자였다. 배회하면서 구경하는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젊은 날에는 사랑받았으나 이제 병들고 나이 들자 혼자 남게 되었다. 
135 모두 제가 아직 젊었을 적, 옛날이야기입니다. 전 왜 그것들로부터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또 훌륭한 인간도 못 되었을까요? 시간이 충분히 있었는데 말입니다.

크눌프는 방랑의 삶을 살아가다 늙고 병들어 고향을 방문한다. 그리고서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결국 혼자 남은 크눌프는 신에게 질문한다. 젊었을 적 왜 나는 정착했던 친구들의 말을 듣지 않고, 재능을 가졌음에도 훌륭한 인간이 되지 못했냐는 자책을 한다.

 

이 말은 사실 실제에도 종종 듣는 후회의 말들이다. 나 또한 저런 후회를 얼마나 많이 했던가. 하물며 게임을 하거나 며칠 밤 유튜브나 드라마를 몰아보고 나서도 후회하지 않던가..?

어찌 됐건, 그 후회는 자기 연민, 혐오, 혹은 반성 등 다양한 결과를 낫는다. 하지만 그 후회의 결과에 만족하고 가치 있었다고 인정하는 일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 후회가 저런 것들이 아니라 과거의 일은 만족하지만 지금은 만족할 수 없어서 하는 후회들.. 이면 어떨까? 내가 지금 이 일을 하려고 10년간 공부한 것인가?라는 후회를 할 때는 그 후회를 만족하고 가치 있었다고 인정하기 쉬워질까? 

 

크눌프의 경우에는 스스로 자신의 삶의 가치를 알고 만족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마지막 홀로 남았을 때 신과의 대화가 나온다. 그러나 나는 신이 아니라 크눌프 자신과의 대화였다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난 오직 네 모습 그대로의 네가 필요했었다.]라는 말을 통해 그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인정했다. 

 

나의 삶도 마침표 찍을 때 만족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만족시킬 수 있을까? 

 

 

내가 살아있다고 느낀 것.


119p. 이 작은 세계는 그의 것이었고, 그가 깊은 친밀감을 가지고 속속들이 알고 사랑했던 세계였다.

 

나는 글을 읽는 내내 이 부분이 가장 신경이 쓰였다. 

내가 왜 이 부분에 이리도 마음이 쓰일까?라는 생각을 할 때 작품 해설 속 헤세의 편지를 읽게 되었다.

138p. 내가 거리 곳곳에서 보게 되거나 살아 있다고 느낀 것은 내 부모님과 조부모님의 모습이 아니었네, 그것은 크눌프였네. 내게는 크눌프와 고향이 하나였다는 것을 그때서야 분명히 깨달았네.

거리 곳곳에서 크눌프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꼈다는 헤세의 말을 통해서였다. 

 

헤세가 느낀 이 충만한 기쁨을 나는 요즘 올레길을 걸을 때 느끼고 있다. 나는 내 동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고향에서 자랐던 나의 삶은 지금까지 덧없는 기쁨이다.

 

그간 잊어버렸던 기억들이 동네길, 그리고 비슷한 길을 걸을 때마다 무덤에서 일어난다. 그러면 나는 그때마다 내가 잊어버렸던 무언가를 하나씩 찾아가는 기쁨을 느낀다.

 

 

스크랩 노트


15p. 모든 경관들이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면 그가 어떻게 멋진 허구의 삶을 방해받지 않고 지속해 나가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15p. 그것은 마치 가정집에서 모든 사람들의 관대한 용납을 받는 귀여운 고양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부지런히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데 자신은 아무 걱정 없이 우아하게 화려할 정도로 당당하게 지내는 모습과도 같았다.

 

33p. 그의 이런 태도가 거만한 것이라 해야 할지 겸손하다고 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일을 하고 발전을 이루어가는 사람은 당연히 여러 가지 면에서 더 나은 삶을 살지만, 결코 그토록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손을 가질 수 없을 것이고 드토록 날렵하게 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천성이 요구하는 데로 하는 것이었고 다른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따라 하기는 어려웠다.

 

36p. 재단사 친구, 자넨 성경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어. 무엇이 진리인지, 인생의 본래 어떻게 이루어진 것이지는 각자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지 결코 어떤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일세.

 

38. 자네는 나를 부러워하면서 이렇게 생각하겠지. 이 친구는 아주 편안하게 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네. 내게도 아이가 있단 말이네 ~. 기껏해야 스쳐 지나가면서 무언가 휘파람을 불어줄뿐이야.

 

51p. 다른 사람들의 말에 끼어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더 나아지거나 현명해지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다. 옥센의 하녀였다는 여자에 대해 그는 전혀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없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행복이나 미덕에 대해 자랑하고 뻐길경우 대부분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양복 수선공의 경건함도 예전에 그랬던 것이다.

사람들이 어리석음 속에 빠져있는 것을 구경할 수도 있고, 그들을 비웃거나 동정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결국 그들이 자신의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55p. 그녀는 자신의 작고 소중한 경험들을 다 이야기했는데 그것은 그녀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더 다양하고 많았다.

59.. 나중에 언젠가 다시 돌려주거나 보내주면 돼요. 나중에 언젠가요.

 

64p. 농부들이란 낭비하지 않는 사람들이지. 하지만 땅속에서는 편히 지내고 싶어 하거든. 그래서 그들은 노력을 아끼지 않고 묘지와 주변을 깨끗하게 단정한다네.

 

65. 그래서 조용하지. 하지만 좀 더 조용해진다면 저 아래에 누워있는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을 수 있을 텐데 말이야.

 

66p. 죽는다는 것은 잠자는 것이라고들 하잖아. 사람들은 잘 때 종종 말도 하고 때로는 노래도 부른다고.

그럼 당연하지. 내가 만일 죽게 된다면 난 일요일에 소녀들이 이곳에 들려 둘러보다가 어느 무덤에서 꽃 한 송이 꺾기를 기다릴 거야. 그러고는 아주 조용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거지

 

67. 소원이란 건 재미있는 면이 있어. 내가 만일 지금 이 순간 고개 한번 끄덕이는 걸로 멋지고 조그마한 소년이 될 수 있고, 자네는 고개 한번 끄덕이는 걸로 섬세하고 온화한 노인이 될 수 있다면, 우리들 중 누구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걸. 그러고는 이 모습 그대로 남아 있기를 원할 거야.

 

68. a. 적절한 순간에 바라보면 거의 모든 것이 아름다워.

b. 그래.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사람들로 즐거움뿐만 아니라 슬픔이나 두려움도 항상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불꽃놀이 같은..

a. 모든 것은 아니야 사랑, 우정 같은 것들은 영원해서 아름다운 것이야.

 

71. 사람은 자신의 몫을 철저히 혼자 지고 가는 것이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는 거야

79. 모든 사람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영혼을 다른 사람의 것도 섞을 수 없어. 

80p. 내가 그분들을 사랑 함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에게 난 이해할 수 없는 낯선 인간일 뿐이야. 내게 중요한 일이고 어쩌면 내 영혼 자체일지도 모르는 일들을 부모님들은 하찮게 여기시고 그것이 내가 어리거나 변덕스러운 탓이라고 돌려버리는 거야. 그러면서도 그분들은 나를 사랑하시고 기꺼이 최고의 사랑을 베풀어 주시지. 아버지는 그의 자식에게 코와 두 눈과 심지어 이성까지 물려줄 수 있지만 영혼은 아니야. 영혼은 모든 사람들 속에 새롭게 존재하는 것이지.

 

81p. a. 어떤 일이 옳다고 생각되면 반드시 그 일을 해야 해. 그런 행동들은 쥐꼬리만 한 보수를 위해서나 재미로 하는 게 아니라고. 그 사람이 자신 안에 매우 경건한 본성과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b. 자네처럼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은 그런 소란을 견디지 못할 거야.

a. 어쩌면 가능할 거야. 섬세함과 예민함을 다 합한 것보다도 훨씬 더 값진 무엇인가를 깨닫고 그것을 소유한 사람이라면 말이야. 

 

83p 누군가가 그렇게 기분이 좋을 때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자네 알겠나 그건 그 사람이 밤에 잠을 잘 잤고 멋진 꿈들을 꿨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 꿈을 기억하고 있어서는 안 돼. 지금까지 기억하는 거라곤 정말 멋진 꿈이었다는 사실 뿐이야. 

90p. 그 첫 번째 날만 그랬던 게 아니다. 그동안 많이 희미해지긴 했지만 그 날이후 고독이 완전히 떠난 적은 없었다. 

 

98p. 그래 자네는 살아온 삶에 만족하는가? 의사 : 그렇다면 좋은 일이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네 같은 친구한테는 정말 안타가운 일이라고 말해야 할 걸세. ~ 자네가 자네의 재능을 잘 이요하고 개발해 왔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자네는 그걸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용했어. 그렇지 않은가?

 

107p. 자유와 아름다움을 실컷 맛보았지만 그러면서도 난 언제나 혼자였네

 

119p. 이 작은 세계는 그의 것이었고, 그가 깊은 친밀감을 가지고 속속들이 알고 사랑했던 세계였다.

 

122p. 삶은 얼마나 단순하고 명했던가! 삶은 그에 동의했고 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국외자였다. 배회하면서 구경하는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젊은 날에는 사랑받았으나 이제 병들고 나이 들자 혼자 남게 되었다. 

 

 

132p. 그가 오랫동안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시간들이 무덤으로부터 일어섰다. 

135p. 모두 제가 아직 젊었을 적, 옛날이야기입니다. 전 왜 그것들로부터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또 훌륭한 인간도 못 되었을까요? 시간이 충분히 있었는데 말입니다.

134p. 난 오직 네 모습 그대로의 네가 필요했었다. 나를 대신하여 넌 방랑하였고, 안주하여 사는 자들에게 늘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씩 일깨워주어야만 했다. 나를 대신하여 너는 어리석은 일을 하였고 조롱받았다. 네 안에서 바로 내가 조롱을 받았고 또 네 안에서 내가 사랑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나의 자녀요, 형제요, 나의 일부다. 네가 어떤 것을 누리든, 어떤 일로 고통 받든 내가 항상 너와 함께 했었다.

135p. 모든 것이 제대로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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