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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의 '서른의 반격' - 나의 서른,

우와우앙 2020.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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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손원평,  제목 : 서른의 반격,  출판사 : 은행나무,출간 연도 : 2017,   페이지 : 240P

 

서른의 반격
국내도서
저자 : 손원평
출판 : 은행나무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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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른,

- 손원평의 '서른의 반격'(2017) -

 

 

  손원평 작가는 79년 서울에서 손학규(정치인)의 자녀로 태어났다. 일찍이 영화 연출을 전공하여 영화평론, 단편영화 연출을 해왔었고, 2016년 [아몬드] 장편소설로 창비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나 또한 추천 도서 목록에 뜬 [아몬드] 소설을 통해 이 작가를 알게 되었다.

  잘 잊히지 않는 이름들이 있다. 임펙트가 강한 글을 쓴 작가 일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비슷한 이름조차 들어보지 않은 처음 보는 이름이었기 때문이고 뭔가 구조 감이 좋다고 느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단단하게 기억이 남았다. 

 

 서른의 반격은 내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의 10월의 책이었다. 나는 독서가 취미지만 책 제목과 저자를 매칭하고 외우는걸 부단히도 어려워한다. 그럼에도 단단하게 기억이 남은 이름이라 손원평 작가의 책이려니 했다. 

[아몬드]도 무거운 주제지만 쉽게 읽혔듯이 [서른의반격]책도 가지는 무게에 다르게 쉽게 읽혔다. 그리고 이 책은 4.3 평화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 책 제목과 상에서 특정 소재에 대한 이야기겠거니 하는 편견을 줄 법도 하다. 그러나 상의 이름과는 달리 88년생의 서른 이야기이다.

 

  읽는 도중 계속 책 모퉁이를 접아가며 읽었다. 나는 우울한 사람이고 행복한 감정과 순간보다 우울한 순간순간을 더 잘기억한다. 이 책 또한 우울한 순간순간을 잘 포착해낸다. 그래서 다 읽고 나니 책에 많은 흠집이 났다. 이날 따라 포스트잇이 좀처럼 보이지 않더라니만.. 


내가 접어내려간 모퉁이들 그리고 내 생각과 글,,,

13p. 때로는 그 무수한 익명 속에 숨을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러웠다. 자랑할 것이 많지 않은 삶에는 그게 더 어울린다.

   무수한 익명 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주변 사람들의 그림자에 숨어 나는 오늘도 눈에 띄지 않고 하루하루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오늘 이 책을 이야기 하다가 모임의 리더님께서 "우리 하나하나는 '신의 한정판'이고 자신이 죽어 하늘로 가면 그 순간이 바로 솔드아웃되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우리는 분명 다 각자의 개성을 갖고 있는 소중한 다른 사람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각자 개성 속에서도 공통점으로 묶이고 무리지어 거대해진 집단 속에 속하게 된다. 평소에는 잘 체감하지 못하다가도 강한 비바람이 치기 시작하면 집단이 만들어준 그늘, 그림자를 용캐도 찾아 숨고는 한다. 

 

종종 그 공통점이 작아지거나 사라지게 되면 내몰릴 지도 모르지만 그전까지는 오늘도 내일도 이 그림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15p. 그래봤자 복사,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얼마 후면 새로운 복사기가 들어올 테니 그때까지만 고생하란다. 하지만 편해진 만큼 내 자리는 작아질 것이다.

   1년차 신입사원, 3년 차 신입사원, 5년 차 신입사원...

   신규직원들도 꽤나 들어왔고 연차도 제법 쌓였지만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나 스스로 신입사원이라 부르겠다. 돌이켜보면 신규직원이 들어오거나 연차가 쌓여도 내가 해오던 일들은 꾸준히 비슷했고, 난이도가 올라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때고 지금이고 신입이란 딱지가 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나의 이 오래된 생각은 피로감으로 누적됐고 결국은 내 업무를 스스로가 얕잡아 보게 됐다.

 

  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은 '회사라는 건 제품 개발 50%와 그 외 수많은 잡무 50%를 통해 세워진다.'라고 했다. 케빈의 말에 따르면 잡무는 눈에 띄지 않지만 회사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많은 노동이 필요한 일이 분명했다. 물론 모든 직장인들은 공감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스스로의 일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그래도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건 아니다. '안 되는 것도 되게 해라' 속에서 쌓인 연차가 다재다능하게 만들었다. 얕지만 이것저것 알게 된 것이다. 이러면 또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IT, AI 등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기술들부터 단순히 성능이 개선된 프린터, 컴퓨터, 전화기, 휴대폰 등에 까지 잡무 경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이럴 때면 다시 말문이 막힌다. 

 

  

 

 

19p. 이 잿빛 도시에서 너 혼자 어쩌자고 그렇게 발랄한 거니.

 종종 무채색의 세상 속에서 나홀로 빛을 뿜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눈빛이 총명하고 빛이 나는 사람들.. 정말 희귀한 사람들이지만 나는 종종 발견하곤 한다. 내 눈에만 뛸 사람들이 아니어서 대게는 모두에게 예쁨 받는다. 그러나 질타받는 대상이 될 때면 사람들은 더 극적으로 짙밟아 버린다. 그래서 더 눈에 띄곤 한다. 너 혼자 어쩌려고 그렇게 눈에 띄는 거니.. 종종 발견된 그 빛나는 사람들이 색이 바래갈 때면 속상해 항상 외치곤 한다. "제발 얼른 도망쳐!"라고, 부디 들려야 할 텐데...

 

 

 

 

 

20p. 그대로 하는 게 기획의 비결이라고 했다. 너무 창의적인건 머리 아파. 적당히 쉽고 유명한 걸 실제로 경험하면 그만이야. 사람들은 스스로가 수준 높은 무언가를 체험했다고 자랑스러워하겠지. 그 자랑은 인스타그램으로 전시되고 입소문이 되어 퍼져갈 거고, 기획이란 그런 거거든.

 

27p. 일터에서 절대 육체노동을 하지 말 것. 그것이 유팀장이 생각하는 화이트칼라로서의 철칙이자 정규직과 인턴의 구분 잣대였다.

 

36p. 여기서 일하기에 너무 모자람이 없는 이력이다. 모자람이 없다는 것이 하나의 모자람이 되어 그녀는 이곳에서 일하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종종 일어나곤 한다. 모자람이 없다는 것이 하나의 모자람이 되는 시대. 모자람이 있어서 모자람이 없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에서 높은 수준의 것을 바란다. 택도 없는 소리다. 아니지 좀 더 오래 걸려서는 완성되겠지.

 

43p. 나는 그의 미련함이 반갑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분수에 맞게, 주어진 시간과 급여에 맞게. 그러므로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 비정규직인 우리에게 일이라는 건 꼼수, 눈치, 요령의 삼 요소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최소한의 노동이라야만 한다. 

 

49p. 의자의 마법

의자(seat)의 가지는 의미에는 직책도 있다. 그러나 직책(의자)의 갯수는 정해져 있고, 위로 갈수록 줄어드는 피라미드 형태를 띤다. 하지만 순환이 느려지면 직책(의자)의 자리는 나지 않지만 올라가야 하는 직원들은 계속 많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계속된다. 그래서 회사는 결국 기존의 놓였던 직책들 사이사이마다 없던 직책들을 만들기 시작한다. 수없이 많은 직책들은 이렇게 생겨나고 결국 기형적인 구조를 스스로가 만들어 간다.

 

 

52p. 단체로 무언가를 배울 때 도대체 왜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걸까

 공감 할 만한 이야기다. 나이가 몇이냐, 결혼은 했냐, 부모님은 무얼 하느냐 등의 질문들을 쏟아내던 시대가 막을 내리자 이제는 스스로가 소개해야 하는 시대가 온 걸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우리는 저 질문을 받을 때에 조차도 스스로 소개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 이러고 보니 자기 어필 시대가 맞는가 보다.. 헛웃음이 나온다.

 

이 또한 어떻게든 바뀌어 가겠지.

 

82p.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하기만 해도 세상이 조금쯤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 

 

87p. 행위 자체가 목적입니다.

 

68p. 비어 있는 여백을 채워나갈수록 나 스스로를 확인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죠. -고무인

222p. 빈 챕터, 내 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묶는다면 그 챕터는 온통 백지다. 백지임에도 불구하고 본문 안에 끼워 넣고 싶은 챕터. 그런 시간을 보냈다.

 

부재가 있어야 존재를 눈치챌 수 있는 것처럼. 

내 존재를 생각해 볼 때 나의 여백, 부재도 생각해보자.


내가 써보는 서른의 반격,

 

서른의 의미.

 

 오늘 모임의 첫 질문은 서 선배님이 해주셨다.

 ['서른'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잠깐 고민했다. 책에서 서른의 의미인가? 아니면 나의 서른에 대한 걸까?

 하나의 질문을 대답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나로써는 그냥 되는대로 말하기로 했다. 

 

  나에게 서른은 놀라울 것도 없었고 놀랍지도 않았다. 서른살이 되었을 때 다들 새로운 마음이라도 먹는지,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주변에서 서른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을 보였지만 나는 덤덤한 편이었던 것 같다. 그저 남들처럼 이제 너도, 나도 계란 한 판 나이가 되었구나.라는 재미없는 농담으로 주류의 기대와 두려움에 편승했다.

 

누구나 20대의 마지막날인 29살 364일 23시 59초에, 눈을 감아다 뜬 1초의 찰나.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서른이 되었다. 그저 1초가 지나가 서른이 되니 별로 놀라울 것이 없었다. 수많은 1초, 1초들이 모여 내가 서른이 된 것이 아니다. 그저 정말 1초가 지났을 뿐이다. 

 

서른이 되었다고 내가 달라진 것은 없었다. 나는 아직 젊어 평균적으로 봤을 때 살 날이 제법 많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특별한 관문을 통과하여 서른이 되고 어른이 되었다. 어감도 빗슷하네, 서른, 어른.. 

 

10대에서 20대가 되었을 때 나는 갑자기 성인이 되었고

20대에서 30대가 되었을 때는 갑자기 어른의 관문에 서게되었다.

 

1초의 찰나를 언급해 보니 내 30년 하고 300여 일이 순식간에 지나간 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대로인데, 어른은 계속되어가고 있는데 나를 바라보는 세상의 바뀌었다. 이것이 서른인가..?

 

이제 마흔이 오고  쉰이 오고, 예순, 일흔, 여든, 아흔이 오겠지.

때마다 찾아와 나의 세상에 어떤 변화를 주고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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